Installation view




































Liminal 
2024.9.20 - 10.12
구유빈 권회찬 유지영 윤수진
기획: 유지영
글: 임지윤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는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더 이상 이항 대립의 관계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너와 나의 경계, 사고와 행동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꿈과 현실의 경계. 이 모든 ‘경계적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없다 삶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적 상황에 놓인다. 이항대립하는 각 요소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람들은 각각의 개체로 존재하는 듯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해동이 먼저 나가고 생각을 하곤 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논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이를 우리와 가까이 한다. 꿈을 꾸고 난 후, 이를 기억하려고 애쓰며 무의식에 대한 의식적 고찰을 지속한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가상과 실제를 넘나든다는 사실은 실존과 실존하지 않은 것의 경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전시 <Liminal>에서 작품들은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왔다 갔다하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적 상황에 놓인 신화와 같은 존재들이다. 좁고 모호하고 유동적인 경계적 상황을 잠시 정지시키고 확대하며 공간화하여 보여준다. 

4명의 작가들은 경계적 순간들에 대한 표현을 통해 모호함을 드러내며,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다. 구유빈은 기억과 실제의 경계를 뒤섞는다. 기억을 되짚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들에 초점을 맞추고,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담는다. 작가와 그 주변인들의 여러기억과 시선이 서로 섞이며 작품에 드러난다. 주관적인 시선은 안개와 같은 흐린 형상을 통해,  다채로운 색채로 변주되어 표현된다. 권회찬은 낙서를 통해 공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규칙을 정해 완성하는 방법을 확장시킨 연작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휘갈긴 서에 면을 부여하는 선을 추가하고 배경을 설정해 완성하는 <자화상> 연작은 낙서의 행위를 통해 현실세계를 추상화하여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허문다. 반면 신작 <공간> 연작은 <자화상> 연작에서 배경이 된ㄴ 공간을 주제로 한다. 기존의 낙서와 달리 소외된 틈이 없는 신작의 구성은 문턱 공간 등 평소에 눈에 띄지는 않던 경계가 보였을 때 느껴지는 위화감을 떠올리게 한다. 유지영은 낙서의 행위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융합한다. 즉흥적인 붓터치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서 화면을 어지럽힌다. 이러한 낙서의 뼈대는 추후에 새로운 붓터치로 덮히며 공간감과 원근감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간을 구성한다.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현실을 조화롭게 끌어들여 경계를 허무는 공간으로 캔버스를 재구성한다. 윤수진은 감정이 유발하는 신체적 반응을 작품을 통해 가시화한다. 예컨대 사랑의 감정은 사람을 들뜨게 하기도하고 가라앉게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랑이 만들어내는 몸의 무게감을 표현한다. 감정이 주는 다채로운 움직임은 작품을 통해 은유된다. 무형으로 존재하는 감정은 작푸이라는 몸을 얻는다. 즉, 작품은 무형과 형태의 경께에 있는 존재가 된다. 

해안가에 서 있어야 모래와 파도를 모두 느낄 수 있듯, 경계는 양 쪽의 상황을 모두 경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경험해야하는 공간이다. 경계의 공간은 즉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로, 변화를 상징한다. 이는 기존의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가능서잉 열리는 전환에 놓인 순간이다. 정해진 하나의 장소가 아닌, 변화의 과정에 있는 전이 공간을 의미한다. <Liminal>에서 회화의 공간은 리미널 스페이스가 되어 각자의 작품 세계만의 경계 사이에서 맴돈다. 경계에 서 있는 각 작품들은 모호함 안에 있다. 현실과 공상 가운데 어딘가에서 자신의 존재를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