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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기: 사사로운 규칙과 세계
2023.6.22 - 6.30
구유빈 금소현 이용미
기획: 금소현
글: 임지윤




  
A.P.23은 미술계 내에서 다양한 교류가 일어나고 여러 작가들이 작업 환경을 다질 수 있도록 Young Art Power 프로제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Young Art Power 프로젝트의 다섯번째 기획전, <모으기: 사사로운 규칙과 세계>는 세 작가, 구유빈, 금소현, 이용미의 수집에 관한 고찰로부터 탄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간의 삶에서 수집은 필수적이다. 부엌에서 쓰는 칼, 누울 때 덮은 담요, 아침에 커피를 내린 후 담는 머그잔 전부 직접 필요를 느끼고 눈으로 고른 다음 모은 물건들이다. 이러한 물건들은 각자의 용도에 맞는 위치에 놓인다. 머그잔이 침대 위에 있지 않고, 담요가 싱크대에 놓여 있지 않듯 모두 자신만의 자리가 있다. 사물들에겐 그들 주인의 취향이 담겨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희미하게 밝혀주는 간접 조명을, 누군가는 방 전체를 환하게 해주는 형광등을 선호한다.

우리의 취향은 생필품이 아닌 것들 또한 수집하게 한다. 어릴 때 문구점에서 동전을 넣고 작은 장난감들을 뽑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떠올리면 그 물건들을 전부 깅거하기는 힘들다. 특별히 좋아했던 몇 가지만 떠올리는 자가 있을 것이고, 당시의 장면이 어렴풋이 머릿 속에 남아있는 자도 있을 것이며, 장난감을 열어보기 전 느꼈던 기대감만을 기억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사물이 아니더라도 현재 일상을 함께하는 것들 또한 쉽게 잊혀 진다. 그 누구도 방 안의 물건들의 이름을 다 이야기할 수 없고, 하물며 책상 위에 있는 것들조차 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가다가 우연히 방 안의 인형과 똑같은 캐릭터의 상품을 보게 된다면 곧바로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아무런 맥락 없이는 물건의 이름마저 떠오르지 않다가도 아주 약간의 힌트만으로 그 물건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얼마나 함께 했는지까지 생각나기도 한다. 결국 ‘수집’의 행위는 각 개인의 생활, 취향, 그리고 이야기를 일궈낸다. 사람마다 수집의 원인, 대상, 그리고 결과는 모두 다르다. 

즉 우리가 모으는 것들은 한 개인의 삶의 규칙, 더 나아가 세계를 만든다. 전시 <모으기: 사사로운 규칙과 세계>는 구유빈, 금소현, 이용미 각 작가의 수집이 일궈낸 세상의 일부를 보여준다. 구유빈은 사진 이미지를 감상하며 일어난 감각들을 모으고 재조합한다.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색채와 빛을 현실에서 맞닥뜨린 분위기, 여운, 감정, 날씨와 결합하고 그 형상을 추상적 회화로 재탄생시킨다. 금소현은 욕망을 수집한다.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욕을 그에 대한 대체재로 해소하곤 한다. 작가의 회화는 열망의 대상들에 대한 간접적 소유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 것을 좇는 괴리를 마주하게 한다. 이용미는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고 사라지는 것들의 파편을 모은다. 잔여의 조각들은 작고 사소하지만 겹겹이 쌓이며 온전한 하루를 만든다. 이처럼 잃어버린 것들의 잔재는 작가의 회화 안에서 새로운 풍경을 이뤄낸다.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은 정신현상학에서 수집을 개별적인 사물이나 지식을 보편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인간 행위로 규정한다. 마치 백과사전은 개별적 지식이 일정한 체계로 인해 수집된 결과인 것처럼, 통찰이 개별적 지식 수준을 넘어 보편적 의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능동적인 수집을 통해서다. 즉, 수집은 특수성과 보편성을 포함하는 인간 사유의 필연적 행위이다. 구유빈, 금소현, 이용미 세 작가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모아 회화라는 보편적 세계로 재탄생시켰다. 각 작가의 사사로운 모으기를 포함하는 작품이라는 세계는 다시 한번 수집되어 이번 전시를 이뤄냈다. 각자의 특수한 질서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